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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힐링

[독서노트] 연애하지 않을 권리

by 아하밍 2019. 12. 12.

 

 

연애라는 백야 현상

어떤 타인이 나를 전적으로 책임지기에는 나는 너무 비상하고, 까다롭고, 총명하다. 누구도 나를 완전하게 알거나 사랑할 수 없다. 오직 내 자신만이 나와 끝까지 함께할 수 있을 뿐이다.


감춰진 비용, 사랑의 대가

관계에서 비롯된 감정에 채무라는 개념을 가져다 붙인 것이 불편하게 느껴지는가?


행복의 장치

자신의 감정과 사고에 주도권을 잃게 만드는 구닥다리 서사에 당신의 인생을 투영하지 말라. 타인이 나의 행복을 하드캐리해야 하는 구조에 '언제적 이야기'냐며 식상하다고 코웃음을 치자. 인생을 로맨틱 코미디나 정통 멜로물이 아닌 「TED」,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와 같은 토크쇼에 소개되는 연사의 스토리라고 가정해보라.

「내오셜지오그래픽」 과 같은 다큐멘터리 채널에서 다뤄지는 위대한 인물의 성공사라고 생각해보라. 청중이 기대하는 것은 일개 백마 탄 왕자님 스토리가 아닐 것이다. 무언가를 욕망하고, 도전하고, 실패했으나 다시 툭툭 털고 일어나 덤볐던 스릴러를, 그리하여 결국 상처투성이인 손으로 목표물을 거머쥔 숨막히는 서스펜스를 기대할 것이다.


연애 자율방범대원

양 미간을 씰룩거리며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라고 되묻는 것은. '네 대답을 진지하게 경청할 생각 따윈 X도 없지만, 뭐라고 지껄이는지 들어나 본 다음에 너를 뚜드려 팰 것이다'라는 신호이니 경계할 것.


때 놓친 여자

"여성은 아름다운 성"이라는 말에는, '여성이 지날 수 있는 유일한 권력은 아름다움'이라는 의미가 감추어져 있다. 이로써 여성적 삶의 전망은 오로지 성적인 것의 테두리 안에 갇히게 된다.


예쁘면 DA야

도수 없는 뿔테 안경을 씌우고, 볼에 주근깨 몇 개 콕콕 찍은 다음 벌겋게 블러셔를 칠하면 '너무 평범해서 죽었다 깨도 주인공은 될 수 없는' 캐릭터가 되어버리는 '안'공주. 반면 머리에 왁스칠 하나 없이 수더분한 패딩을 입고 시상식에 참여해도 '국민 썸남'으로 칭송받고 화장품 광고 모델까지 낙점되는 남성 방송인. 우스꽝스럽게 나온 '얼빡샷(얼굴이 화면에 꽉 찬 사진)'이 스마트폰 케이스로 제작되어 성황리에 팔리고, 편의점에 유통되는 과자 패키지에까지 등장하는 남성 개그맨. '꾸미지 않거나 우스꽝스럽게' 치장한 여성은 주인공이 안 되고, '꾸미기는커녕 일부러 웃기게' 연출하는 남성은 개성 있고 독특한 캐릭터의 주인공이 되는 이상한 연예 생태계….

눈치챘는가? 미디어는 여성에게만 "제대로 '한 미모'하기 전까진 제 인생에서도 주인공이 아닌 조연, 카메오, 들러리처럼 살아갈 것"이라는 저주와 협박을 하고 있다는 것을.


여적여 구도의 진범들

여자의 눈으로 다른 여자를 심사하고 품평하는 구조를 완성시켜놓고 나면, 이제 남성들은 두 손 놓고 편안히 앉아서도 상향평준화된 외모와 몸매의 여성을 길거리에서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사랑받는 여자, 능력 있는 남자

여자친구들은 '남성에게 높게 평가 당한 자신'이 자랑거리가 될 때, 남자친구들은 '자신이 높게 평가한 여자'를 자랑거리 삼고 있었다. 여자친구들이 '남성들이 자신을 얼마나 귀하게 대접해주고 있는지'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주는 증거가 될 때, 남자친구들에게는 '자신이 얼마나 어리고 예쁘고 몸매 좋은 여자'를 만나고 있는지가 자랑거리가 됐다.


빅토리아 시크릿? 캐피탈리즘 시크릿!

대중문화 콘텐츠들은 자신들이 궁극적으로 셀링하고자 하는 상품들의 기능적인 면을 부각시키기 보다는, '이 구두를 신으면, 이 립스틱을 바르면, 이 크롭티를 입으면 너도 두아리파처럼 당당하고 주체적으로 아름다운 여성이 될 수 있어. 네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여성의 모습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지게 되는 거야'라며 이야기한다.

잡스는 임직원들을 향해 상품이 아닌 이미지를 파는 회사가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얘기한다. 잡스과 복귀하고 만들어진 애플 프로모션 영상에는 단 한 컷도 맥북이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아인슈타인, 마틴 루터킹, 존 레논, 애디슨, 라이트 형제 등 역사 속에서 창조적인 업적을 세운 이들의 영상을 연달아 보여주며 'Think Different'라고 한 마디 던질 뿐이다.

"만약 그들이 오늘날 살아있었다면, 작업할 때 분명 맥북을 사용했을 겁니다."


MAKE-UP IS MY POWER

남성 대부분이 화장하고 꾸미는데 열중하는 남자에게 '게이같다'며 욕을 하고, 왜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파트너의 발을 닦아주는 남성 출연진을 향해 분노를 표출했는지 이제 좀 이해가 된다. 남성은 '좋은 남자'에 대한 여성들의 기대치가 상향평준화되는 것이 전혀 달갑지 않은 것이다.


REAL POWER

괜찮은 남자라는 타이틀을 차지하기 위한 조건이 늘어나게 되면 그에 상응하는 부가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요철이 없는 무결점 피부, 생기 있는 입술, 풍성한 S컬 속눈썹, 가지런한 일자 강아지 눈썹, 발그레한 홍조를 머금은 양 볼이 사회적 영향력과 결정권에 미치는 힘을 가지고 있는 진짜 권력이었다면 남성도 진작 화장을 하지 않았을까? 아니, 오히려 여자보다 먼저 화장을 시작하지 않았을까?


화장솜으로 지워지는 ME의 기준

반면 만약 화장이 진짜 권력이었다면 아래와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것이다.

"A씨는 입사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외제 화장품 브랜드를 바르고 다니나? 도대체 개념이 있어 없어? 차장님도 아직 국내 로드샵 블러셔 바르고 계신데 네가 감히 B사의 D블러셔를 발라?"


XY의 가지가지

"예쁘지 않은 여자는 여자가 아니라고 자기들끼리 떠들 때는 언제고, 그 기준에 맞춰보려고 시간, 돈, 건강까지 다 걸어가면서 얼굴에 손대니까 이젠 성괴라고 하고…, 그러다가 선풍기 아줌마처럼 되겠다고 욕하면 도대체 나보고 어쩌라는 건지…."


상무님 구두가 얼마짜린 줄 알아?

무언가 잃었다. 잃어버린 자리에는 다른 것들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연애하기, 친구들과 어울리기, 술을 진탕 마시고 '원래 세상은 다 그런거야' 라며 현실의 낙담을 농담거리처럼 안주 삼아 넘기기… 나는 내 공허와 외로움이 어디서 기인되는지 잊었다. 아니, 잊으려고 노력했다. 지옥 입시를 거쳐 극악의 취업난을 뚫기 위해 스팩을 쌓고자 동분서주했던 대학 시절이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였던 것인지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기 위해 애썼다.


세워주는 여자

그때는 몰랐다. 사람들은 누군가의 희생에 그저 고마움만을 느낄 뿐이고, 그 감정은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나중에는 당연하다는 듯 점점 더 많은 배려와 양보를 요구하게 되리라는 것을. 사람들이 진정으로 소중하게 생각하는 건 자리와 타이틀에서 나오는 실질적인 힘이라는 것을 말이다.


'주체적'으로 불행해지는 인간

진정으로 성실한 직원이라면 회사를 제 사업체처럼 생각하며 사장 마인드로 밤낮 고군분투해야 하는 것이다! 진정으로 나라를 생각하는 국민이라면 모두를 대표해 제 몸 아끼지 않고 소처럼 일을 하는 국회의원들의 발전읠 위해 기꺼이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것이다! 진정한 노예는 주인이 죽으라고 하면 죽는 시늉까지 해야 하는 것이다! 진정한 여자라면…!


나와 해야 할 일들

오랫동안 나는 진정한 삶이 곧 시작되리라고 믿었다. 그러나 내 앞에는 언제나 온갖 장애물과 먼저 해결해야 할 일들이 있었다. 아직 끝내지 못한 일들과 바쳐야 할 시간들과 갚아야 할 빚이 있었다. 그런 다음에야 삶이 펼쳐질 것이라고 나는 믿었다. 마침내 나는 깨닫게 되었다. 그런 장애물들이 바로 내 삶이었다는 것을.

- 알프레드 디 수자

주말 마켓에 나가 빈티지 제품 구경을 다녀도 보고, 미술관마다 열리는 전시회를 극성 마니아처럼 쫓아다니고, 헌책방의 책장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누군가의 손이 탄 책장을 넘겨보았다. 새 노트와 펜을 사서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어느 날 우연히 들르게 된 서점에서 구매한 줄리아 카메론의 <아티스트 웨이>를 다시 펼치고선 모르는 단어와 표현들에 밑줄을 그엇다. 달빛이 환한 날에는 마당으로 나가 자갈돌을 밟으며 마음에 드는 구절을 소리 내어 낭송해보기도 했다. 어느 날엔 동네 화방에 들러 드로잉북을 사 들고 무작정 바닷가로 향하는 기차를 타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자랑하듯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기분을 위해 그림을 그리는 것이 꼭 십 년만이었다.


나와 하지 않은 일들

이상화되고 대상화된 여성의 이미지를 담은 미디어를 멀리할 것.

이런 이미지와 마주친다면 최대한 관심을 갖지 말 것.

자신을 미디어의 여성 이미지와 비교하지 말 것.

펫 토기(Fat-talk)를 하지 말 것.

심지어 그 주변에도 있지도 말 것.

다른 여성의 부정적인 보디 토크(Body-talk)를 부추기지 말 것.

다른 여성의 외모에 대해 말하지 말 것.

신체 모니터링을 요구하는 옷을 입지 말 것.

외모 위주의 SNS에 중독되지 말 것.

- 러네이 엥겔른, <사랑은 사치일까>


무죄 선고

나는 사랑받는 삶 대신 나의 삶을 택하기로 결정 내렸다. 의존적인 행복대신 주체적으로 고민하는 삶을 택한 것이다.


핸들을 꺽는 순간

"이제 저 앞은 몇 갈래의 길로 가라져 있어. 어디로 가야 지름길이고, 어디로 가야 탄탄대로인지는 알려줄 수는 없다. 네 인생이니까. 그러나 이제는 네가 가고 싶은 어디든 갈 수 있어. 어디로 닿게 되던, 일단 가 봐. 날씨도 좋잖아. 네가 가는 길에 별이 쫙 깔렸어."


에필로그 : 날씨가 좋아. 당신이 가는 길에 별이 쫙 깔렸어

당신 잘못이 아니야.

당신이 슬프고 우울하고 괴로운 것은 절대 당신 탓이 아니야.

 

 

 

연애하지 않을 권리
국내도서
저자 : 엘리(Ellie)
출판 : 카시오페아 2019.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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